어제 스티브 잡스 CEO가 직접 나서서 아이폰4의 안테나 관련 논란에 대해 해명했습니다. 기자들을 초청해서 뭐가 문제이고 애플이 그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있는지, 대책은 무엇인지를 설명했습니다.
물론 깜짝 놀랄만한(특히 한국의 아이폰4 구매 대기자들에게는) 소식도 이 자리에서 발표했습니다. 언론과의 관계가 극악하다고 알려진 애플이지만 사실 잡스처럼 언론의 생리를 잘아는 이도 드문것 같습니다. 항상 이런 프레스 행사에서 소위 '기사거리'가 될만한 소스들을 선물로 던져주거든요.
일단 아이폰4의 특정 부위(하단의 안테나 홈 부분)를 손으로 잡았을때 안테나 수신상태가 급격하 악화되는 문제-이를 소위 '데스 그립'(Death Grip)이라는 용어로 칭하죠-에 대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애플이 욕도 많이 먹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스티브 잡스는 언론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해지는 내용이 오히려 논란을 확산시키거나 왜곡시켰다고 생각하는듯 했습니다. 그리고 직접 기자들 앞에 나서서 프리젠테이션을 했는데, 그 내용이 전세계에서 트위터 등을 타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옮겨지는 내용에서 오역이나 일부 왜곡되는 내용이 있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정작 기자회견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논란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특히나 안테나라는 하나의 빌미로 빚어진 이번 논란의 본질적인 갈등이 더욱 확산되는 것 같아 그 내용을 한번 정리할 필요가 있어 보이네요. 그래서 최대한 왜곡없이 내용을 정리해서 전달해 드리려고 합니다.
일단 지난주말 스티브 잡스의 기자회견 내용부터 간단히 정리하겠습니다.
- '데스 그립' 문제는 실제로 존재한다
- 이 문제는 모든 스마트폰에서 발생하며 아이폰4만의 문제는 아니다
- 아이폰4의 안테나,수신오류 문제는 아이폰3GS와 비교해봐도 심각한 수준 아니다
- '데스 그립'은 휴대폰 산업 전체가 안고있는 숙제이며, 아직은 해결이 불가능하다.
- 그러나 컨슈머리포트가 범퍼(케이스)를 사용하면 된다고 하니, 모든 고객에게 무상으로 제공하고 이미 구입한 고객에게는 환불을 해주겠다.
- 범퍼 공급이 충분치 않아 다른 케이스도 제공해 선택할수 있게 하겠다. 9월말까지 모든 아이폰4 고객에게 혜택 제공하며, 9월말까지는 더 나은 대책을 내놓겠다.
- 그래도 불만인 고객은 파손되지 않은 제품이라면 구매 30일 이내에 무상 환불조치하겠다. AT&T 약정도 위약금없이 해지하도록 해주겠다.
** 추가 발표 내용 **
- 7월30일부터 아이폰4 흰색 모델 공급된다
- 2차 공급대상 17개국에서 7월말부터 판매 시작한다
- 한국은 2차 공급 대상국에서 제외한다. 스티브 잡스의 멘트 "정부의 승인을 받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일단 위의 빨간 글씨 부분이 한국의 소비자들에겐 가장 관심사일 겁니다. 이 내용이 언론을 통해 전달되는 과정에서 애플이 한국 정부를 비난했거나 혹은 애플이 한국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거나.. 심지어 아이폰4 들어오는걸 MB와 삼성이 막은거다 라는 식의 다양한 반응을이 나오더군요.
일단 이 부분을 왜곡없이 전하자면 스티브 잡스는 한국에서 아이폰4 출시가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했습니다. 정부의 승인을 받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는 거죠. 분명히 정부가 승인을 늦게 해준다는 표현은 아니었고 제가 듣기에는 'take time'이란 표현 그대로 시간이 걸린다는 것 외에 다른 뉘앙스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전파인증을 신청하지 않았다는 국내 언론의 확인이 더해지면서 마치 애플이 일부러 한국 출시를 늦추는거라는 인상이 더해졌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KT가 공식입장을 발표하기로 했으니 판단을 보류하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안테나 게이트'에 대해서 얘기해보죠.
1. 스마트폰의 '데스그립'은 자동차의 '급발진'과 비슷한 이슈다
-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와 애플이 홈페이지에 올린 내용들을 종합해본 제 느낌은 자동차의 '급발진' 사고와 비슷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초기에 자동차의 '급발진'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자동차 회사는 운전자가 실수로 가속페달을 세게 밟은것이지 '급발진' 사고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비슷한 사고를 겪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발생합니다. 물론 전체 자동차 대수와 비교하면 그 숫자는 미미하지만 분명한 것은 '급발진'이 존재한다는 의식이 생겨나고, 이것이 이슈로 떠오릅니다.
그러나 자동차회사는 '급발진'을 초래할 수 있는 여러가지 요인들을 제시하고 이 요인들 대부분은 소비자 과실에 해당된다고 해명합니다. 상황은 존재하나 자동차 결함은 아니라는 해석이죠.
그러다 브레이크페달을 밟고있음에도 자동차가 가속해서 사고가 나는 등 운전자 과실이 아닌 급발진 사고의 정황증거들이 확인되면서, 자동차 회사의 책임론이 불거집니다. 여기에 대해 자동차회사들은 자사의 전문가들을 내세워 "급발진이 아니다"는 반론을 펼칩니다.
토요타의 리콜 사태에서도 보듯이 자동차 '급발진'의 경우 재현자체가 불가능하고 사실 자동차 회사에서도 왜 발생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해결이 불가능합니다. 단지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것만이 최선인 상황이고, 소비자 입장에서도 마땅히 입증할 방법이 없어 소송에서 이기기도 어렵습니다. 왜냐면 자동차에 대한 최고의 지식을 가진 사람들은 그 회사들이기 때문입니다.
자, 그렇다면 스마트폰의 '데스 그립'(Death Grip)을 들여다 볼까요?
초기에 아이폰4의 안테나 하단의 홈 부분을 손으로 감싸쥐면 안타나 수신 게이지가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이 발견됩니다. 이에 대해 언론을 통해서 스티브 잡스 CEO가 "그렇게 쥐지 않으면 된다"고 고객에 답메일을 보냈다는 내용이 전해집니다.
계속해서 비슷한 현상들이 나타나고 여러 실험이나 실생활에서 그 현상을 다수의 소비자들이 경험하게 되면서 논란은 커지기 시작합니다. 이에 대해 애플은 안테나 수신이 저하되는 것이 아니라 게이지 표시 오류라고 해명한 것으로 언론들이 보도합니다.
애플, 스티브 잡스의 대응방식에 화가난 소비자와 언론 등이 비난 여론을 쏟아내기 시작하고 논란이 확산됩니다. 이런 가운데 공신력을 자랑하는 컨슈머리포트가 여러 스마트폰을 평가한 결과 아이폰4가 최고점수를 받았지만 안테나 수신 불량 문제를 거론하며 '영구적이고 소비자에게 추가 비용을 부과하지 않는' 해결책을 애플이 내놓을때까지 추천은 보류하겠다는 입장을 밝힙니다.
이는 그동안 비판하는 언론과 애플, 양자간 팽팽하던 줄다리기에서 무게 중심이 쏠리게 만드는 계기가 됩니다. 애플은 결국 지난주말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고 스티브 잡스는 일련의 논란을 '안테나게이트'라 칭하며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힙니다.
애플의 실험결과를 보면 블랙베리, 드로이드, 옴니아2 등 다른 스마트폰에서도 '데스그립' 현상은 나타납니다. 사람 손은 안테나의 수신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되는데 특히나 각 스마트폰의 '약점'이라고 할수 있는 부분을 사람의 손이 덮어버리게 되면 안테나 수신 게이지가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거죠.
애플의 자체 실험이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는 있고 비교 대상이 됐던 스마트폰 업체들도 "왜 우릴 끌어들이냐"면서 격분하는 상황입니다만, 일단 이 실험결과가 옳다는 전제로 다음 내용을 이어가겠습니다.
(* 이 실험 내용은 직접 애플 홈페이지에 올라온 동영상으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운영체제와 제조사를 골고루 분포되게 3개 제품을 샘플로 선택해 실험한 내용입니다. http://www.apple.com/antenna/)
일단 첫번째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고자 간단히 1차 결론을 내립니다.
일단 애플의 발표가 맞다면 안테나 수신이 저하되는 '데스그립'은 모든 스마트폰에서 발생하며 아이폰4의 경우 다른 스마트폰, 심지어 이전모델인 아이폰3GS보다도 이 문제가 더 심각하게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렇게 확산될 이유가 없었던 문제가 크게 부풀려졌고, 이것이 '안테나게이트'라 불릴만큼 논란이 됐다는 내용입니다.
2. 애플의 대응? 해결책은 '없다' .. 대신 원하는걸 '공짜'로 주겠다
- 자, 스티브 잡스는 이번 논란에서 애플은 피해자이고 억울한 입장이지만 그렇다고 책임을 피하지는 않겠다고 말합니다.
'데스그립'은 모든 스마트폰이 겪고있는 문제이고 전 산업의 숙제이다.. 따라서 해결책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합니다. 대신 원하는걸 주겠다는게 잡스의 이야기입니다.
바로 직전에 아이폰4를 최고의 스마트폰으로 점수를 매겨놓고서도 '데스그립'을 문제삼아 추천을 유보한 컨슈머리포트에 대한 반발심을 여지없이 드러내면서 스티브 잡스는 말합니다.
"현재로서는 '데스그립' 해결방법은 없다. 그러나 컨슈머리포트가 '범퍼'(안테나 부분을 가려주는 띠 형태의 케이스)를 사용하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하네? 그렇다면 '범퍼'를 모든 고객에게 공짜로 나눠주마. 이미 샀다고? 그럼 환불해줄게"
범퍼를 주는 방식이 맘에 안들면 구입한지 30일 이내인 고객은 모두 환불해준다고 합니다. 아이폰4를 사서 30일간 써보고 '데스그립'이 문제가 되서 쓰기싫다는 사람은 환불해준다는 겁니다. 물론 AT&T 약정도 위약금 없이 해지해주구요.
게다가 9월말까지는 더 나은 해결책을 내놓겠다고 얘기했습니다. 따라서 범퍼 무료지급이라는 '임시' 조치는 9월말까지 해당되고 그때까지는 새로운 해결책이 나올 것이므로 더이상 '데스그립' 이슈는 존재하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죠.
3. 그럼 논란은 이제 끝? .. NO!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 여기까지만 보면 문제는 끝난 것으로 보이지만, 그건 단지 표면상입니다. 정작 중요한 부분은 따로 있었던 거죠.
사실 기자회견을 30분 이상씩 길게 끌 필요없이 바로 "범퍼 무료지급하고 9월말까지 해결책을 제시하겠다"고 밝혔으면 차라리 나았을 겁니다. 스티브 잡스가 나오는 대신 그냥 보도자료를 언론에 베포했다면 더욱 나았을 겁니다. 이건 제 생각입니다.
왜 이 논란이 생겼을까요? 애플의 해명대로 '데스그립'은 모든 스마트폰에서 발생하는데 왜 애플만 이 문제가 이토록 커졌는지를 생각해보면, 안테나 문제는 단지 빌미 혹은 표면적 이유였을뿐 근본적인 갈등이 터져나온 거라고 봅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논란을 일으키는 몇가지 포인트를 짚어보겠습니다.
첫째, 스티브 잡스의 '태도'
- 스티브 잡스의 기자회견에 임하는 태도에 대해 해외언론들은 'Defiant'(도전적인, 반항적인, 시비조의)라고 표현합니다.
말 그대로 자부심이 철철 흘러넘치는, 세계 최고의 '엔지니어'들이 모여있는 애플이라는 기업의 CEO로서 무한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스티브 잡스는 기자회견에서 시종일관 이 태도를 유지합니다.
사실, 언론과 문제를 제기한 소비자들 그리고 애플이나 스티브 잡스가 못마땅한 사람들은 단지 그가 머리 한번 숙이는걸 보고싶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잘못을 인정하고 겸손하거나 혹은 비굴한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했을 겁니다.
그런데 기자회견은 시작부터 엇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스마트폰은 완벽하지 않다. 사람도 완벽하지 않다"
이 시작을 보면서 잡스가 "난 완벽한 사람이 아니고 이번에 실수했다. 죄송하다"라고 하지는 않을까 기대했는데 아니었습니다.
"완벽하지 않음을 비난하지 말라. 나만 그러냐 남들도 그런다"
허걱.. 이 무슨 허걱스러운 결론입니까. 이해는 합니다, 게다가 발표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애플, 그리고 스티브 잡스의 억울함 심정도 이해가 됩니다.
말그대로 '데스그립'이 현재로서는 산업 전체가 해결못하는 숙원 과제라는데.. 그렇다면 잡스에게 이메일을 보낸 그 고객(혹은 누구?)에게 잡스옹이 전한 "그렇게 잡지 말아라"는 답변은 가장 현실적인 조언이었을 겁니다.
그래도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분명히 그 30분간의 동영상을 애플 홈페이지에서 보신 분들은 아이폰4에 심각한 결함이 있는게 아니라는걸 이해하게 될 것이고, 이미 구입한 고객들은 범퍼를 공짜로 얻게됐으니 기분이 좋을 겁니다.
그러나 이번 이슈에 얽혀있는 사람들이 모두 그렇게 '심플'(Simple)-잡스가 기자회견 도중 여러번 얘기한 단어인-하게 생각하는게 아닙니다.
둘째, 애플과 언론의 해묵은 갈등
- 이번 논란의 본질적인 요소를 이해하려면 그동안 애플, 그리고 스티브 잡스가 추구해온 홍보, 대 언론, 대 소비자 정책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애플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애플의 입장은 반영하기 어렵습니다만, 한국과 미국 언론들이 생각하는 애플의 정책은 전해드릴수 있을 것 같네요.
미국 언론들의 보도내용중에 간간히 이 부분을 알수 있는 단서들이 나옵니다.
"애플의 홍보담당은 가장 편한 직업중 하나다. 그가 하는 일은 오직 '노 코멘트'(No Comment)라고 말하는 것 뿐이니까"
"애플의 홍보정책은 '홍보하지 않는다'이다"
애플의 '극악한' 수준의 언론기피는 이미 잘 알려져있습니다. 애플의 담당자들은 기자의 질문에 대부분 "그건 알 수 없습니다"라고 얘기합니다. 이 때문에 애플을 취재하는 기자들은 이미 뻔히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얘기조차도 소위 '공식적인' 확인을 받을수 없기 때문에, 매번 기사를 쓰거나 리포트를 할때마다 확정적인 문구 대신 "알려졌다"의 표현을 써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애플은 소비자들에겐 가장 친절하고 개인적으로 다가가고자 노력합니다만, 언론에 대해서는 그러지 않습니다. 만약 애플에게서 좋은 대접을 받고싶다면 가장 먼저 '개발자'(developer)가 되거나 차순위로 '소비자'(comsumer)가 되어야지, 기자로 접근하면 가장 말석 대우를 받습니다.
미디어와의 '관계'를 아예 갖지 않겠다는 듯한 태도. 거기에다 스티브 잡스가 당일 기자회견에서조차 미디어에 대해 신랄하고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여지없이 보이며 갈등관계를 피하지 않는 모습은 안타깝습니다.
일례로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4의 프로토타입 제품을 입수한 기즈모도를 경찰에 고발해서 사무실에서 컴퓨터를 압수하게 만들고 아예 아이폰4 발표 행사에 못 들어오게 막은뒤, 이날 공개된 아이폰4가 기즈모도가 공개한 것과 거의 차이가 없음에도 "당신이 본 건 아이폰4가 아니다"고 부정하는 태도를 보입니다.
기본적으로 기업과 미디어는 공생의 관계를 가집니다. 이 관계가 너무 깊어지면 부작용을 낳고, 심지어 이 관계를 잘 활용하는 국내 대기업이 최근엔 소비자들로부터 과할 정도의 역풍을 맞는 것도 봅니다.
반대로 너무 멀다고 좋은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거리를 두는 거야 좋지만 상대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듯한 독선적인 태도는 분명히 갈등을 초래합니다. 기업 입장에서 언론에서 '특종'을 보도하면 내가 원하는 내용이 아니고 나에게 아픈 내용일지라도 기본적으로 그 내용에 대해 가타부타 인정은 해주고 '특종'을 한 매체와 그 기자에 대해서는 능력을 평가해줍니다. 싸울때는 원수처럼 싸우더라도 상대의 실력은 인정해주는.. 스포츠맨십이랄까요.
그런데 스티브 잡스는 여러차례 이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여왔습니다. 애플이라는 회사나 그 직원들은 그렇지 않더라도 애플을 상징하는 존재인 잡스의 Defiant 한 태도는 미디어로부터 반감을 사기 쉽습니다.
그러다보니 이번 문제가 불거졌을때 언론들이 '데스그립'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으로 접근하기보다 '게이트' 성격으로 접근하는 모습을 보였고, 잡스의 기자회견도 정상적인 해명이나 사과라기보다 '부당한 공격에 대한 반격'처럼 접근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셋째, '모난 놈 옆에 있다 돌맞은' 경쟁사와 한국
- 이번 애플의 기자회견은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자들에게 그리고 한국에 엉뚱한 돌맹이 하나씩을 던지면서 후속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지난 토요타 리콜 사태가 발생했을때 경쟁사들은 상당히 이득을 봤습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웃었지만 또 하나, '급발진'이라는 본질적인 문제가 크게 부각되지나 않을까해서 불안해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토요타는 '급발진' 문제에 대해서 경쟁사들을 끌어들이지는 않았습니다. "나만 그러냐? 미국차는 안그러냐? 왜 나만 갖고 그래?" 라고 소리치지는 않았던거죠.
애플이 애초에 '데스그립' 문제를 인식조차 못했다는 것은 분명한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미국 언론에서는 심지어 잡스가 이 사실을 미리 알고서도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출시를 강행했다는 내용도 보도되고 있습니다.(이런 후속보도의 배경은 위에 설명한 관계에서 찾아보셔도 좋겠네요)
몰랐다는게 잘못은 못되더라도 부끄러운일이며, 당연히 자랑할만한 일은 아닐겁니다. 그런데 21일간 "자, 그래 뭐가 문제인지 한번 직접 알아보자"라고 해서 실험한 결과 "나만 그런게 아니었네!" 라는 결론이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끌어들여 실험의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 블랙베리, 드로이드, 옴니아2 였습니다. 당장 경쟁사들이 반박을 하고 길길이 뜁니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이번 애플의 해명 방식은 "그래 잘못은 했지만, 얘네들도 그랬대요"라는 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유명 언론사이트에 올라오는 독자의견들을 읽어보니 스티브 잡스의 태도에 대한 비판이 많았고, 제대로 된 사과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불쾌해하는 목소리도 보입니다. '핑계'만 대고있었다.. 이런 평가들도 있구요.
만약 이런 논란의 끝에서 '데스그립'이 모든 스마트폰에서 발생하는게 아니라거나, 아이폰4에서 나타나는 현상이 다른 스마트폰보다 더 심각하다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진다면 애플은 또 타격을 받을수 있는 상황이죠.
그리고 또 하나의 엉뚱한 돌을 맞은 한국..
먼저 왜 비교대상에 옴니아2가 들어갔을까.. 사실 운영체제별로 하나씩이어서 윈도우모바일폰의 대표격으로 옴니아2가 뽑힌건 나름 이해가 됩니다만, 우리에겐 이미 잊혀진(약정에 묶여있는 분들에겐 죄송하지만) 그 폰을 꺼내놓은 이유가 궁금해집니다.
그냥 넘어가면 별거 아닌 부분입니다만, 기자회견중에 "애플이 한국 회사이길 바라느냐"라는 표현을 상기하면 왠지 연결지어 생각하게 됩니다.
그동안 한국에서 나온 언론들의 보도라든지, 아이폰 출시 전후로 진행된 일련의 상황들, 그리고 정부 당국과의 마찰... 여러가지를 봤을때 스티브 잡스가 뭔가 한국(특정 기업이거나 정부일수도 있고 언론이 그 대상일 수도 있겠죠)에 대해 안좋은 감정이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특히나 마지막에 스티브 잡스가 어느 행사에서나 써먹는 코너죠. 'Updates'에서 흰둥이 아이폰4 출시 계획을 밝히면서 2차 출시대상국에서 한국이 빠진 사실을 알렸습니다.
맨 처음에 밝힌 것처럼 이야기 자체는 중립적이었고 어떤 책임을 묻거나 하는 뉘앙스도 아니었지만, 세 차례나 이어진 한국에 대한 표현이나 발표 내용들을 한 데 묶어서 보면 이번 기자회견으로 인해 한국으로 '불똥'이 튈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당장 삼성전자는 '옴니아2'의 데스그립에 대해 설명을 해야할테고, KT는 아이폰4 출시가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서..그리고 "정부의 승인을 받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잡스의 멘트에 대해 한국 정부도 뭔가 해명을 해야하는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니까요.
긴 글의 결론을 내면서 한 마디 덧붙이자면,
저는 국제경제를 맡으면서 외신들을 계속 지켜보다 아이폰의 존재를 처음 접했고, 아이폰3GS가 전세계에서 일으키는 파장을 간접 체험하면서 국내 출시를 기다렸고 실제로 사용해보면서 아이폰의 마니아가 된 사람입니다.
IT 분야를 새로 맡게되면서 아무래도 좀더 자주 접촉하게 되니, 완전히 동떨어져서 볼때와는 또 다른 부분을 보게 되더군요.
지금은 애플 제품을 상당히 좋아하게 됐고 스티브 잡스를 CEO이자 이노베이터로서 참 존경하게 됐지만, 그의 대외관계에서의 독선적인 면이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생각 또한 더 깊어지게 됩니다.
이번 논란을 지켜보면서 애플이라는 기업, 스티브 잡스라는 사람은 어느 기업, 어느 누구보다도 '마니아'와 '안티'를 많이 거느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다시금 듭니다. 하긴 '애증'이 없다면 누가 이런 시시콜콜한 논란의 전말을 궁금해 하겠습니까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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