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증권가에서 유행하듯 자주 언급되는 '어닝 서프라이즈'(earning surprise).. 그러나 한 마디로 얘기하면 이것은 '허구'입니다.

소위 전문가 그룹 -여기에서는 증권사 등 투자분석 기관에 소속돼있는 애널리스트(analyst)들이 되겠네요- 이 내놓은 예상보다 실제 발표된 기업의 실적이 양호하면 '어닝 서프라이즈', 전망보다 악화된 결과물을 내놓으면 '어닝 쇼크'라고 구분해 표현하기도 합니다.

올해 들어서 정말 지겹게 들어왔던 '어닝 서프라이즈'.. 대개는 언론에서 이렇게들 얘기하죠.
"기업들의 '어닝 서프라이즈' 효과로 증시가 상승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 호재로..."

그러나 기사를 쓸 때 '예상보다 양호한' 정도는 모르겠지만, '실적 호전'이라고 써서는 곤란합니다. 왜냐면 예상보다 나았을 뿐, 기업들의 실적이 실제로 나아지고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죠. 물론 애플처럼 매출액이 늘면서 기업 실적이 확연히 개선되는 기업들도 있지만 대개 언론을 타고 우리에게 전해지는 '어닝 서프라이즈'의 속내용을 들여다 보면 하향 곡선이 둔화되거나 악화된 상태에서 평행선을 그리는 정도가 대부분입니다.

일례로 어제 실적을 발표한 미국의 미디어기업 가넷(Gannett)의 실적을 돌아보죠.
월스트리트저널(WSJ)의 기사 제목은 "Gannett Profit Drops 53% on Ad Slump" 입니다.
여기서 어디에 좋아진다는 뉘앙스가 있습니까?

3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3분기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면, 보통 기업 실적은 그 전 해 같은 기간의 실적과 비교합니다. '전년 동기 대비'라는 표현은 여기에서 나오죠. 예를 들어 추석 등으로 휴일이 많았던 달과 그렇지 않았던 달의 실적을 똑같이 비교하면 오차가 생기지 않겠습니까. 이런 소위 '계절적 요인'이 주는 착시효과를 최대한 배제하기 위해 '전기' 보다는 '전년 동기'를 비교 지표로 주로 사용합니다 - 보다 53%나 줄었다는 얘기입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미디어기업의 주수입원은 당연히 광고입니다. 따라서 일반 기업에서 주로 얘기하는 '매출액' 대신 미디어 기업에서는 '광고 매출'(advertising revenue)을 영업활동이 얼마나 잘 되고 있느냐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거론합니다.

3분기 가넷의 광고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나 줄었습니다. 예를 들어 일회성 비용 등의 효과로 수익만 줄어든 것이 아니라 매출 자체가 크게 감소하고 영업활동이 위축되면서 수익도 줄어드는 '불황형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죠.

단지 긍정적인 부분을 찾자면 2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광고 매출이 32% 줄었는데, 3분기에는 이 같은 '매출 감소율'이 둔화됐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 기업의 실적을 가장 적절히 해석한다면 "여전히 추락하는 중이지만 추락하는 속도는 조금 줄었다" 정도가 되겠네요.

문제는 가넷의 대표 신문인 미국 내 발행 1위 USA투데이 - 그나마 최근에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1위 자리를 빼앗겼죠 - 의 광고 매출은 40% 가까이 급감했습니다. 게다가 업황도 안좋아지고 있죠. 3분기 미국 전체 광고시장은(광고 지출로 표현합니다 : national ad revenue)은 37% 감소했습니다. 상반기에는 감소율이 30%였는데 오히려 더 악화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게다가 USA투데이 발행 부수가 줄어들고 있죠. 40만부.. 엄청난 숫자입니다. 주로 호텔 등을 통해 팔리던 것이 비즈니스 출장이 줄면서 수요가 급감한 겁니다. 출장이 얼마나 줄었고 신문 구독도 줄었는지.. 이는 미국의 경기 침체가 어느 수준인지 가늠해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지표죠. 체감이 되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주력 사업이 망가지는 회사가 뭔 놈의 '어닝 서프라이즈'이냐.. 이걸 살펴보죠.
가넷의 영업비용은 14% 줄었습니다. 2007년부터 1만명 이상을 감원했죠..현재는 직원이 4만명도 안됩니다. 무려 20% 이상의 인력을 잘라 낸 겁니다. 그렇다고 실적 감소는 막을 수 없었죠.

단지 가열찬 구조조정의 덕분으로 소위 '전문가들의 예상 수준'(consensus)보다 이익 규모가 컸다는 것에 불과합 겁니다.

그렇다면 '어닝 서프라이즈'는 어떻게 발생하느냐.. 블룸버그, 톰슨로이터와 같은 정보제공업체들은 각종 분석기관이 발표한 전망치를 취합한 '전망치'를 제공하는데, 이 수치를 기준으로 서프라이즈니 쇼크니.. 이런 걸 판단합니다.

"아, 아주 나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는 괜찮네"
이런 반응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어닝 서프라이즈'의 효과가 증시 상승의 동력이 되는 거죠.
그렇지만 앞에서 말한 것처럼 기업 실적이 나아지는 건 전혀 아닙니다.

그리고 원칙적으로 '서프라이즈'나 '쇼크'는 존재하지 않아야 합니다.
무슨 뜻인고 하니.. 소위 예측으로 먹고 사는 전문가들이 자기 일을 제대로 했다면 서프라이즈나 쇼크와 같은 큰 오차는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해가 되십니까?
날씨 예고해주는 기상정보관이 "내일 맑을 겁니다" 그랬는데 실제로는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이걸 가지고 기상정보관은 이렇게 말합니다 .. "와우~ 서프라이즈~"
이럴때 우리의 반응은 대개 이렇겠죠.. "장난하십니까?" '뿌드득~'(이 가는 소리)

그런데 '어닝 서프라이즈'에 증시는 환호합니다. 전문가들 너네 뭐했니? 라고는 묻지 않죠.
올해 들어서 3분기 연속 계속되어온 '어닝 서프라이즈'.. 이쯤 되면 예측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전문가들은 다 사표내야 되는 거 아닐까요? 그렇다면 그들은 정말 '몰라서' 그런 예상치를 내놓을까요?

소위 '기관 작전'.. 기관은 작전을 하더라도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개미와는 처지가 다르죠.
게다가 그 '작전'이 국가적으로, 전세계적으로 이뤄진다면 누가 거기에다 책임을 묻겠습니까.
씨티그룹 최고경영자가 전면에 나서서 "올해 실적은 좋을 거다" 한 마디 던지면서 시작된 미국 증시의 랠리..
이후에 계속되는 어닝 서프라이즈는 한 마디로 '짜고 치는 고스톱' 같은 느낌입니다.

전문가들이 일만 제대로 해주면 '서프라이즈'니 '쇼크'니 하는 따위의 말은 지구상에서 사라집니다.
그러나 왜 이런 서프라이즈가 계속되고, 전문가들은 자리를 계속 보전하고 있을까요.
그건 그들의 수입원이 어디에서 발생하는가를 따져봐야 겠지요.

미디어가 독자를 위해 기사를 쓰고, 독자들이 그들의 주수입원이 되었다면 오늘날처럼 미디어가 불신을 받는 일은 없었겠죠. 지금 미디어의 주수입원은 광고이고, 미디어는 독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광고주를 위해서 기사를 쓴다고 봐야 합니다.
 
독자들은 기사를 읽을때 '곧이 곧대로' 읽기보다는 이 미디어가 어떤 속성을 가지고 있고 지배구조나 수익원이 어디냐..이런 것들을 따져가며 읽어야 된다는 겁니다. 그건 기업들의 실적을 볼 때도 마찬가지겠죠.

아마도 전세계 국민들이 모두 경제가 회복됐다고 믿고 돈을 펑펑 쓰기 시작할 때쯤에야 짜고 치는 '어닝 서프라이즈'가 끝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전 노스트라다무스가 아니지만 하나는 확실합니다.
오늘 미국 장에서 주요 기업들은 전망치보다 양호한 실적을 발표할 겁니다. 두고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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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트렌드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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